WBG 전력 반도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최근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고효율, 고전력 반도체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실리콘(Si) 반도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WBG 전력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실리콘 카바이드(SiC)와 갈륨 나이트라이드(GaN)가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보다 훨씬 빠른 스위칭 속도와 낮은 전력 손실, 높은 전압과 온도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WBG 반도체는 전기차(EV) 구동 인버터, 재생에너지 변환 시스템, 산업용 고출력 장비, 데이터 센터의 전원 공급 장치, 심지어 가정용 전기 제품과 모바일 기기까지 매우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반도체라도, 그것을 담아내는 ‘패키징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습니다.
특히 WBG 반도체는 고주파, 고전압, 고온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기생 인덕턴스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열 관리를 제공할 수 있는 패키징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근 급부상한 것이 바로 ‘임베디드 PCB 패키징’입니다. 이 기술은 전력 반도체를 PCB 내부에 직접 삽입해 공간을 줄이고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식입니다.
임베디드 PCB 패키징 기술의 원리와 구조
임베디드 PCB는 말 그대로 회로기판 내부에 반도체 칩을 삽입하는 구조입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칩을 납땜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회로기판을 여러 겹으로 구성한 뒤 그 사이에 반도체를 집어넣고, 다시 기판을 적층해 하나의 통합 구조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그 결과, 일반적인 표면 실장 방식보다 훨씬 더 콤팩트한 설계가 가능해지며 전기적, 열적 성능도 크게 향상됩니다.
예를 들어, 10kW 인버터의 단면 구조를 보면, 두꺼운 구리(Cu) 포일이 바닥면을 이루고 있어 방열판과 직접 접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위에는 절연성이 있으면서도 높은 열전도율을 지닌 프리프레그(prepreg) 레이어가 수직 및 수평 방향의 틈새를 채우며 구조적인 안정성과 열 확산을 동시에 잡아줍니다. 반도체 다이는 구리 리드프레임 위에 실버 신터링 방식으로 부착되고, 상단에는 두꺼운 구리층이 전기도금되어 있어 스위칭 노드 및 기타 회로와 연결됩니다.
게다가 이런 구조는 다른 수동 소자나 컨트롤러 칩까지도 동일한 기판 내에 함께 임베디드할 수 있어, 고밀도 설계가 가능하고 기생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두께의 구리층과 레이저로 가공된 비아를 적절히 조합해 회로 성능을 더욱 최적화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WBG 소자 적용 시 임베디드 패키징이 마주하는 도전과 극복 방법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해도, 단점이나 기술적 도전 과제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WBG 반도체를 임베디드 PCB 구조에 적용할 때는 특히 열 관리와 기계적 안정성 측면에서 주의할 점이 많습니다.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PCB 기판 소재로 널리 쓰이는 FR4의 열전도율이 낮다는 점입니다. 대략 0.3W/mK 수준으로, 고출력 소자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선 열전도성이 높은 구리층을 두껍게 구성하고, 다수의 비아를 활용한 열 분산 설계를 적용해야 합니다. 또한, 세라믹 기반 기판(예: 알루미늄 나이트라이드)을 활용하면 열 팽창 계수도 SiC와 유사해져 스트레스를 줄이고 신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WBG 반도체의 특성상 스위칭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회로 설계 시 기생 인덕턴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됩니다. 공통 소스 인덕턴스가 클 경우, 스위칭 시 전압 오버슈트가 발생하고 이는 곧 EMI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하단 DC 구리 레이어 사이에 스위칭 노드를 쉴딩 구조로 배치하거나, 루프 면적을 줄이는 등 전자기적 설계를 정교하게 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대칭적인 레이어 쌓기 구조를 적용해 기계적 휨을 줄이고, 양면 냉각이 가능한 구조로 발전시키는 등의 설계 전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실제 적용 사례와 성능 개선 결과
전 세계 여러 반도체 및 전력전자 기업들이 임베디드 PCB 패키징을 이용한 WBG 전력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GaN Systems는 AT&S와 함께 100V 및 650V급 GaN 다이를 활용한 GaNpx® 패키지를 개발했는데, 이는 매우 낮은 인덕턴스와 우수한 열저항(RTHjc), 소형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구조입니다.
미쓰비시전기는 SiC 기반의 토템폴 구조를 3D로 임베디드한 인버터를 개발했습니다. 내부에는 출력 인덕터를 PCB 내부 권선에 저온 에폭시로 몰딩해 통합하였고, 스위칭 테스트 결과 dV/dt 58kV/ns 조건에서도 오버슈트가 거의 없었습니다.
버지니아 공대와 AT&S가 공동으로 개발한 1200V SiC MOSFET 기반의 AC-DC 변환기 역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대칭형 4중 구리층 구조로 설계된 패키지를 기반으로 파워 루프 인덕턴스를 2.3nH까지 낮추었으며, TO-247 패키지 대비 스위칭 시 Vds 오버슈트를 5.6배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피니언은 Schweizer Electronic과 함께 CoolSiC™ S-cell을 p2PACK® 구조로 임베디드하여 1200V, 50kW까지 병렬 없이 구동이 가능한 평가 보드를 발표했습니다. 실제 측정 결과 dV/dt 90V/ns 이상의 조건에서도 오버슈트가 65V 이하로 억제되어 매우 안정적인 스위칭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단락 사고 시 빠르게 과전류를 차단할 수 있는 DESAT 보호 회로도 탑재되어 안전성까지 확보했습니다.
결론: 미래 전력 시스템을 위한 필수 기술
임베디드 PCB 패키징은 단순한 패키징 기술 그 이상입니다. 고성능 전력 반도체의 성능을 극대화하면서도 시스템 소형화, 신뢰성 향상, 설계 유연성 확보, 원가 절감까지 가능한 다기능 솔루션입니다. 특히 와이드 밴드갭 반도체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지금, 이 기술은 전기차, 에너지 저장 시스템, 고출력 산업 장비, 가전제품 등 거의 모든 전력 시스템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일부 공정과 소재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존재하지만, 여러 글로벌 기업과 연구 기관이 앞다퉈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머지않아 이 기술이 전력전자 산업의 표준이 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앞으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핵심 기술로서 임베디드 PCB 패키징은 꼭 주목해야 할 분야입니다.